'녹말질을 대량 함유한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찌기 쉽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할 때는 되도록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사를 하면 확실히 장이 나빠진다.
미국에서 '황제 다이어트'라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나는 황제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사람의 장을 꽤 많이 살펴보았는데 한결같이 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 다이어트법을 1년 이상 해 온 사람의 장은 딱딱하고 내경도 좁고, 그 중에는 장의 좌우에 곁주머니인 게실이 생기는 등 위험할 정도로 악화된 경우까지 있었다.
이 다이어트를 고안한 로버트 C 애킨스 박사와는 한때 사무실이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는 큰 맘 먹고 찾아가 "박사님의 다이어트법은 잘못되었습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인 식사는 장상을 악화시켜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박사님의 환자를 저에게 데리고 와 주십시오. 장상을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후 그는 심근경색을 앓다가 2003년 4월에 72세라는 나이에 죽었다. 한편 그의 다이어트법을 부정하는 나는 2007년에 72세 생일을 건강한 몸으로 맞이했다.
어느 식사법이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지 이 결과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탄수화물을 삼가는 황제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는 것은 인슐린이 나오지 않게 된 당뇨병 환자가 마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값이 올라가고, 그것이 췌장을 자극하여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막에 작용하여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는 호르몬이다. 당뇨병은 췌장의 기능이 악화되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 생기는 병이다.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으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기아 상태가 된다. 기아 상태에 빠진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바꾸려고 한다. 이래서 당뇨병 환자는 마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방대사 과정에서 '케톤체'라는 강력한 산화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케톤체는 소변이나 땀, 날숨 등으로 배설되지만, 그 사람의 배설 능력을 초과하는 케톤체가 생기면 본래 약알칼리성이어야 할 혈액이 산성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리고 알칼리와 산성의 균형이 심하게 깨지게 되면 '산혈증(케토아시도시스)'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산혈증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산화=노화'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이 다이어트가 결코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황제 다이어트는 불필요한 지방을 태워 살을 뺴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과잉 섭취로 인한 산성화로 지방, 근육 그리고 체내기관이 손상을 입어 마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황제 다이어트 실천자 중에는 편두통이나 근육경련, 설사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에너지가 부족해진 몸이 발신하는 SOS 신호인 것이다.
황제 다이어트의 또 다른 문제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질의 섭취량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점이다. 단백질을 과다 섭취해도 살이 찌지 않는 까닭은 과잉 섭취된 단백질이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이다.
실컷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좋은 것 아닌가? 천만에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과다 섭취된 단백질은 그대로 배설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그 아미노산이 또 분해되어 오줌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아미노산이 분해될 때 효소가 대량으로 소비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미노산을 분해할 때 요소, 요산, 초성포도산 등 몸에 해로운 다양한 산이 생기기 때문에 혈액을 산성으로 만들고 만다. 산화된 혈액은 칼슘으로 중화해야 하기 때문에 뼈나 치아 등에서 칼슘을 빼앗아 간다. 또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은 오줌이 지나치게 진해져 콩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단백질은 대변의 재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제 다이어트에서도 야채를 즐겨 먹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식물성 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충분한 양의 변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변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위장의 흐름이 나빠지기 때문에 장의 상태가 악화된다.
또한 지방 섭취를 제한하지 않는 황제 다이어트에서는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여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산소나 영양분을 온몸에 골고루 보낼 수 없게 된다.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어 세포는 제대로 신진대사를 못해서 체내 곳곳에서 노화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살이 빠지는 게 곧 건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체중을 아무리 줄여도 내장이 늙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건강하게 살을 빼고 싶으면 현미나 미정백 잡곡 등 양질의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한 식물식을 하고 물을 올바르게 섭취해야 한다. 황제 다이어트처럼 급격히 감량할 수는 없지만,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위와 장을 깨끗이 해 주면서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불로장생 탑시크릿, 신야 히로미, 맥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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