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서적/허리통증

디스크와 협착증,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괴물들 (디스크 권하는 사회)

일어나 2021. 9. 15. 09:00

환자: "디스크나 협착증이 '없는 병'이라고요? '환상 속의 병'이라고요?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까?"

 

자, 왜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병이 '존재하지 않는지', 해부학, 신경학적 근거를 들어 먼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질병에 대해서는 워낙 널리 그리고 자세히 알려져 있어, 웬만한 분들도 의사들 못지않게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 어떤 질병이라고 알고 계셨나요?

 

환자: "뭐...,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은 그러니까 허리에 있는 척추 속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척추관이 좁아져서(=협착) 그게 척추신경을 눌러서 생기는 병이지 않습니까."

 

디스크 권하는 사회 p.37

네,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의사들이 바로 그렇게들 설명합니다. 다음의 단순하게 묘사한 허리 부분 단면도(그림 1)를 보세요. 그림의 중간 부분에 있는 것이 디스크이고 그 뒤로 척추 안을 통과하는 것이 바로 척추관입니다. 이 단면도를 머릿속에 숙지하신 상태에서, 설명을 들으시면 뒷부분도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즉 여기 디스크 부분이 튀어나오거나 척추관이 협착해서, 즉 좁아져서 척추신경을 누르는 게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튀어나온 디스크나 척추관의 협착으로 인해서 척추신경이 정말 '눌려져' 있을까 하는 겁니다.

 

환자: "제가 직접 본 건 아닙니다만, 척추신경이 눌려져 있으니까 눌려져 있다고 설명하는 거겠죠."

 

죄송스럽게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이래 종합병원 봉직 의사로 있을 때, 디스크와 협착증 수술에 일부러 많이 배석해서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술을 하기 위해 열어보면 척추신경은 '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걸 저희 의사들은 '수술 시야'라고 말하는데, 즉 수술을 위해 실제 부위를 확인해 보면 우리가 상상하거나 MRI 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것입니다.

디스크 권하는 사회 p.37

실제 눌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경은 아주 멀쩡하게, 통통한 원래의 모양대로 잘 있습니다. 통념대로라면 척추신경이 심각하게 '눌려져' 있어야 마땅하지요. 척추신경이 눌린 결과 엉덩이나 다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이나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정작 신경에선 그런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략)

 

환자: "그럼 참 요상한 노릇 아닙니까? 의사들은 척추신경이 심각하게 눌려서 디스크나 협착증 증세가 생겨나는 거라고 설명하는데, 정작 수술을 하려고 보면 신경이 눌려져 있지 않다니요. 의사들이 그걸 알면서도 눌려 있다고 설명한다는 말인가요? 아님 보고도 모르는 건가요?"

 

저는 다수의 의사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혹은 학습한 대로 믿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꽤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으니까요.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다수가 아니기도 하지만, 실제 수술을 하면서 척추신경이 눌려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그것이 뭔가 이상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병인 디스크나 협착증에 대한 신념 혹은 믿음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지 않고, 그러므로 그런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반복해 말하지만, 디스크나 협착증은 '없는 병'입니다.

 

환자: (???) "그러면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척추관이 협착해서, 신경이 아니라 뭔가 다른 걸 누르고 있는 건가요?"

 

그 상상을 먼저 깨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튀어나와 있거나 마치 옥죄는 듯이 좁아진 무언가가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다?' 이것은 철저히 상상의 산물입니다. 해부학을 제대로만 공부해도 그런 상상은 말도 안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디스크는 많은 이들이 상상하듯, 뭔가를 강하게 눌러댈 만큼 단단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유연하고 물렁물렁합니다.

오랜 세월을 걸쳐서 조금씩 좁아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척추관도, 마치 손으로 손목이나 목을 세게 조이듯이 조일 수 있는 듯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무언가를 눌러댈 만큼 딱딱하더나 쫀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튀어나오거나 조여들어서 척추신경을 눌러댈 만한 단단하거나 강하거나 뾰족한 부위는 우리 허리 내부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스크나 협착증이 딱딱하고 뾰족한 물체처럼 척추신경을 눌러댄다.'는 것은 그저 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환자: "그런가요? 잘은 모르지만, 척추신경도 쉽게 눌릴 수 있는 아주 부드러운 조직 아닌가요?"

 

신경이 부드러운 조직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척추신경은 말초신경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우리 몸의 중추신경인 척수 가까이 있으면서 중추신경만큼이나 잘 보호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물렁한 디스크나 완만하게 좁아진 척추관이 쉽게 누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신체 내부이므로, 두개골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단단한 뼈로 잘 보호받고 있지요. 그런데 어떤 뇌 전문의가 나타나서, '나이가 들면 두개골이 퇴화되어서 굳어지기 때문에, 뇌를 계속 눌러서 온갖 신경 증세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면 어떨까요?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쓴다며, 코웃음을 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척수나 척추신경 역시 견고한 두개골로 보호 받고 있는 뇌와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보호하는 구조물에 압박당해서 이상증세가 생겨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출처

디스크 권하는 사회, 황윤권, 에이미팩토리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 번 쯤은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특히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수술을 할 지 결정하기 전에 꼭 읽어보길 바란다. 황윤권 의사는 왜 디스크와 협착증이 환상의 병이라고 주장하는지 과학적으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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